경제일반

`실적제로' 생색내기 전락 `제로페이'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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르포-제로페이 시범상가 홍천 중앙시장

스마트폰 없으면 결제불가… 구형폰 쓰는 고령 점포주 수두룩

손님 대부분 QR코드 사용법 모르고 찾지 않아 이용자 '0명'

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대책으로 도입한 '제로페이(결제 수수료 0% 시스템)'가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.

신용카드 공제 폐지(본보 지난 9일자 1면보도)까지 추진하며 제로페이에 힘을 싣고 있지만, 정작 자영업자들은 '전시용 정책'이란 반응이다.

지난 8일 오후 도내 제로페이 시범상가 7곳 중 한 곳인 홍천중앙시장. 95개 점포 중 56곳이 가맹점 신청을 했지만, 소비자가 결제할 때 필요한 '가게 QR코드'를 둔 곳은 5곳에 불과했다.

김모(73)씨의 식당도 신청만 한 가게다. 그는 2G 폴더폰을 꺼내며 “스마트폰을 쓰지 않아 QR코드, 제로페이가 뭔지 모른다”며 “상인회에서 동참을 호소해 신청만 한 것”이라고 말했다. 가맹점 신청 점포 중 2G폰을 쓰는 가게는 15곳에 달한다.

그나마 홍천중앙시장의 가맹점이 많은 것은 대기업 연구원 출신인 이병기 상인회 부회장이 생업(분식점)을 미룬채 1월부터 신청 절차를 도운 덕분이다. 그는 정부에서 받은 QR코드만으로는 소비자 이용을 늘릴 수 없다고 보고, 혜택(소득공제율 40%)을 적은 안내판을 별도로 직접 만들었지만 이용 손님은 0명이다.

기자가 제로페이 시연을 부탁하자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실행하고, 가게 QR코드를 찍고 결제 금액을 확인했다.

그는 “가게에 따라서 입금액 확인 시간이 더 늘어질 수 있다”고 했다. 결제에 적어도 20초 이상은 필요해 보였다. 제사용 음식을 파는 심명순(65)씨도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얘기를 믿고 QR코드를 가게 문앞에 붙였지만 찾는 손님은 한명도 없었다.

오가는 손님들에게 제로페이를 아는지 물어보니 40대 주부도, 70대 노인도 “처음 들어본다”고 답했다. 자영업자인 이광희(56)씨는 “신용카드 쓰면 5초도 안 걸리는데 굳이 왜 필요하냐”고 말했다. 50대 이상 자영업자들끼리 '상부상조'하며 살아가는 군지역 상권에서 '소득공제율 40%'는 전혀 와닿지 않는 인센티브일 뿐이었다.

식당 상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종업원 인건비만 월 30만원씩 늘었는데 '정부 대책'은 미미하다며 고개를 저었다. 하나같이 상인들은 “이용 손님도 한명도 없는데, 영세 상가보고 일단 가맹점 가입부터 하라는 것 자체가 자영업자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을 지우는 것”이라고 성토했다.

신하림기자 peace@kwnews.co.kr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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